강원 원주시 소초면 황골로 442-20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흥양3리의 마을을 황골이라 한다. 치악산 서쪽 사면에 있는 조그만 산골이다. 이 마을에 엿 고는 집들이 여럿 있다. 이 마을의 엿을 흔히 황골엿이라 한다.


 마을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황골엿은 일제시대 이전부터 유명하였으며, 서울 경동시장의 한약재시장에서 황골엿은 다른 엿의 두 배 가격으로 팔렸다고 한다. 황골은 논밭이 적다. 엿 골 곡물은커녕 먹고 살 곡물도 넉넉지 않았을 동네이다. 산골이라 땔감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생계 유지를 위해 곡물을 외부에서 가져와 엿으로 가공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예전 황골엿은 옥수수로 만들었다고 하나 요즘 엿은 주로 쌀엿이다. 맛이 옥수수보다 쌀이 나아 바뀐 것이라 한다. 옥수수엿은 쓴맛이 있다. 옥수수엿은 이 쓴맛을 줄이기 위해 분쇄한 옥수수알을 흐르는 물에 사흘 정도 담가두어야 하는데, 그 긴 공정 시간으로 인해 쌀엿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쌀은 물에 불려 바로 쓸 수 있다. 황골엿은 물에 불린 곡물을 갈아서 엿기름과 물을 더하여 가마솥에서 2시간 정도 끓이는 공정이 처음이다. 이를 애기죽 끓인다고 한다. 이 공정이 황골엿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타지역의 엿은 보통 곡물을 쪄서 엿기름과 물을 더하고 따뜻한 곳에서 삭힌다.


애기죽은 1시간 정도 식혔다가 '허리질금'(중간에 넣는 엿기름)을 넣고 4시간 가량 그대로 둔다. 애기죽을 다시 1시간쯤 끓인 후 엿물을 짜고, 이 엿물을 4시간 이상 졸여 엿을 얻는다. 졸이는 시간에 따라 물엿, 갱엿이 된다. 쌀을 불리는 시간부터 따지면 24시간 이상 걸리는 공정이다.


황골엿은 가래엿을 만들지 않는다. 갱엿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워 굳이 가래엿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엿도 부드러운 단맛을 내어 조림 음식을 만들 때 쓸 만하다.

 황골엿, 또 전통 엿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방에서 쓰는 물엿에 맥아엿과 산당화엿 두 종류가 있으며 그 맛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체로 투명한 것이 산당화엿이고 갈색이 도는 것이 맥아엿이다. 그러나 갈색이라 하더라도 다 맥아엿인 것은 아니다.



인쇄된 글을 자세히 보면 '맥아엿 50%' 등의 글귀를 볼 수 있다. 멸치조림을 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맥아엿은 갓 요리한 듯 부드럽고 산당화엿은 멸치가 바삭바삭 부서진다.


주재료인 옥수수와 쌀뿐만 아니라 깨, 땅콩 등의 부재료까지 국산 원료만 고집한다. 제조부터 포장까지 24시간이 걸리는 기나긴 공정은 예나 지금 이나 그대로다. 100년 전통을 고수하고 토종 농산물만 고집하며 꾸준히 한길만 가니 방송국들이 앞다투어 취재해 간다.


국산 원료만 골라 담고, 수작업으로 고아 내린 변함없는 맛


“옥수수랑 쌀이랑 질금을 섞어서 끓이는 엿죽 을 애기죽이라고 해요. 질금이 뭔지는 아시우? 엿죽 삭이는 맥아(엿기름)요. 애기죽을 기계로 돌리면 질금이 부서져서 못써, 엿이 맛이 없어 요. 처음에 재료를 고루 섞을 때만 기계를 쓰 고 그다음부터는 계속 손으로 저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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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황골엿 김명자 대표의 하루는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된다. 전날 오후에 초벌로 끓여서 식혀 둔 애기죽을 다시 졸이면서 조청 뽑고 엿 판을 밀다 보면 어느새 동이 튼다. 제조부터 포장까지 24시간이 걸리는 기나긴 공정은 예 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엿 고는 연료만 장작불 에서 가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명자 대표는 옥수수와 쌀뿐만 아니라 깨와 땅콩 등의 부재료까지 국산 원료만 고집한다. 농사짓는 시골에서도 이제 국산 농산물이 너 무 귀해져 원료 조달에 어려움이 많다. 김 대표 는 직접 문막으로, 평창으로 달려가 직접 눈으 로 보고 재료를 구입한다. 전통을 고집하는 강원도 대표 특산품인지라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100년 역사 자랑하는 강원도 명물 옥수수엿


황골엿은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해 서울 ‘끈애 비(엿장수에게 엿을 대 주는 물주)’들도 값을 곱절로 쳐 줬다고 한다. 엿은 원래 켜지 않으 면 이가 부러질 만큼 단단한데, 황골엿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지금은 쌀을 섞지만 옛날에 옥수수로만 만들 던 시절의 황골엿은 옥수수의 쌉쌀한 맛이 묻 어났다. 그 때문에 치악산 골짜기에서 내려오 는 맑은 물에 옥수수를 한참 담가서 쓴맛을 빼곤 했다고. 솥단지 하나로 열두 시간을 졸이 니 엿 색깔도 지금과는 달리 새카맸다. “옛날에는 종이도 비닐도 없었잖아.


그때는 벼 찧고 남은 등겨를 마당에 깔고 그 위에 엿 을 부었어요. 한참 식혔다가 솔로 살살 털어 내면 엿만 딱 굳어 있었지. 그러면 보자기에 싸서 배말까지 지게로 져서 내려갔어요, 우 리 아버님이. 쌍다리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배 가 쌀도 싣고 소금도 싣고 들어오거든. 거기서 엿이랑 쌀이랑 바꿔서 또 지게 지고 올라오는 거예요.” 



김 대표는 멀리 벌교에서 강원도 원주로 시집 와 엿 고는 법을 배웠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황골엿 제조법을 전수받은 5대 전수자 로, 작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70호 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되었다. 봄에는 농사짓 고 누에 치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는 구 들에 앉아 옥수수 알을 훑었다. 처음 엿을 배 우던 시절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엿 고는 뜨거운 솥 잡는 것도 고역이었다.



마당에 무쇠솥 하나 걸어 놓고 가내 수공업처 럼 조금씩 만들어 팔던 황골엿이 유명세를 탄 것은 1990년대부터다. 옥수수를 줄기째 엮어 돌담 위에 척척 걸쳐 놓고 사는 모습이 ‘한국 의 멋’으로 비친 것일까. 치악산에 등산 갔다오던 방송국 관계자들이 김 대표의 집을 우연히 들렀다. 이를 계기로 ‘원조’ 황골엿이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황골엿에는 사랑의 묘약을 넣어요”



그러나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는 순탄치 않았다. 황골엿을 잔뜩 싣고 서울에 처음 갔던 날은 ‘불량 식품’으로 오해를 받았다. 원주로 돌아오자마자 상표 등록을 하고, 공장도 지으려고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 외환 위기가 와서 지원금이 대폭 깎였다.


함께 공장을 짓기로 했던 동네 이 웃들이 포기 각서를 쓰고 빠졌을 때는 정말 하늘이 노랬다. 결국 농협에서 대출을 받기 로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법이 바뀌어 폐수 처리장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빚이 더 늘 었다. 벼랑으로 몰리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나서 조청 내리고, 점 심 때 기술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해거름에 엿 포장하러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점차 입소문이 퍼졌다. 단골이 점점 늘어났다. 100년 전통을 고수하고 토종 농산물만 고집하 며 한길로만 꾸준히 가니 방송국에서도 앞다투어 취재해 갔다. 황골엿이 유명세를 타자 최근에는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간판을 내걸고 팔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만드는 황골엿은 약을 넣어서 색깔이 다르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맞다. 사랑의 묘약을 넣는다”고 응수하고 넘길 만 큼 여유가 생겼다며 웃는다.

수십 차례 방송에 출연했지만 김 대표는 한동안 그 흔한 현수막 하나 걸지 않았다. “아들은 현수막을 걸자고 하는데 난 항상 아들한테 말해요. 그런 거 내세워서 장사하지 말고 그저 실력으로 열심히 일해서 맛나게 만들면 된다고. 그런 거 안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진짜 내 손님이라고. 광고 보고 온 사람은 또 다른 광고 따라 떠나게 마련이에요.”


지역 특산품으로 사업을 일구어 낸 모범적인 성공 사례이지요. 원주시에서도, 강원도에서도 보기 드물어 더욱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젊은이들도 버티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을 하시면서,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지역 봉사활동까지 나서는 훌륭한 분입니다. 원주시의 대단한 자랑거리지요. 이번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전통식품명인’으로 김 대표님을 선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그리고 소신있게 살아오신 삶에 합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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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할 테니 그냥 기계화해라, 국산 원료 찾기도 힘드니 고집 그만 부려라, 기어이 토종 농산물만 쓸 것이면 제품 가격이라도 올려라, 등. 그러나 김명자 대표는 신념이 뚜렷하다. 제대로 만든 전통엿의 참맛을 알아주는 손님들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명자 대표. 몸 편하자고 지금까지 지켜 온 맛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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